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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세 가지의 힘3: 경계선

작성일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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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감은 어떤 풍파도 견뎌낼 수 있는 내적인 힘을 만드는 기초가 된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충분하게 채워 줘야 하는 세 가지의 자원이 있다. 그 중 사랑과 안전감에 대해서는 지난 달에 다뤘고, 이번에는 세번째인 경계선에 대해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경계선이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과 그럴 수 없는 영역 사이의 경계를 말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허용해 주는 범위가 첫 경계선이 된다. 여기까지는 네 마음대로 해도 돼, 라는 자유와 허용을 경험하는 아이는 명확한 자기의 영역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이렇게 자신만의 영역을 누리면서 자란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란다. 반면,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허용하는 자유의 영역이 너무 좁거나 아예 없었던 아이는 스스로 뭔가를 하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위축된 성격을 형성한다. 

경계선 안의 영역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경계선 자체의 안정감과 유연성도 중요하다. 어떤 부모는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들어서 수시로 아이의 경계선을 침범하곤 한다. 어린 아이가 뭘 알겠어, 하는 마음으로 아이가 싫어하고 불편해 하는 데도 불쑥 불쑥 아이의 경계선을 침범한다. 이렇게 부모가 자기의 경계선을 존중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하면서 자란 아이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경계선을 잘 유지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함부로 해도 그걸 막아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다. 

경계선을 제대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부모는 이런 식이다. 아이의 장난감을 다른 아이가 갖고 싶어할 때 아이에게 뺏어서 다른 아이에게 준다거나, 아이에게 “친구랑 사이좋게 함께 놀아야지” 하면서 경계선을 침범한다. 아이의 것은 분명 아이의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장난감을 공유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해 줘야 하는데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마는 부모이다. 또, 아이를 아프게 하는 부모,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부모 역시 경계선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부모이다. 아이의 몸은 아이의 것이므로 아이가 불편하게 느끼거나 싫어하는 스킨쉽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그게 경계선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고 거기에 대해 전혀 잘못되었다는 의식이 없는 부모들이 경계선이 없는 부모이다. 

아이가 자기만의 영역에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누려보고 통제력을 키워 나갈 때, 아이에게는 정신적인 힘이 솟아나게 된다. 이런 정신적인 힘, 자신감은 인생을 살면서 험난한 일들을 겪을 때 그 충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 주고 거뜬하게 장애물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네 것은 네 것, 내 것은 내 것 이라는 명확한 구별, 그리고 내가 좋은 것은 허용하지만 내가 불편하고 싫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NO 할 수 있는 자신감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힘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어린 시절 부모가 얼마나 경계선을 충분하게 존중해 주고 보호해 주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랑, 안전, 경계선의 필요가 충분히 잘 채워지면 그 아이는 이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감이 넘치며 정신적인 에너지가 충분한 아이로 자란다. 그러면 어떤 상처를 받거나 실패를 해도 크게 쓰러지지 않는다. 이것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여러가지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세 가지의 힘이다. 

요즈음 트라우마라는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사실 이전에는 성폭행이나 전쟁, 혹은 지진이나 사고 등을 당한 경우를 트라우마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한 개인이 겪는 충격스러운 일이나 큰 상처를 트라우마라고 많이들 말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트라우마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인생에 몇 번쯤은 트라우마와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런데 트라우마를 겪는다고 해서 모두가 그 트라우마 때문에 인생이 허물어지거나 오랫동안 힘든 증상들에 시달리지는 않는다. 트라우마를 겪어도 잠시 힘들어 하다가 서서히 회복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사랑, 안전감, 경계선을 충분히 채움받았던 사람들이다. 한 개인의 인생을 생각할 때 부모들이 아이의 어린 시절에 사랑, 안전감, 경계선을 충분히 채워 주는 것이 큰 재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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