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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신앙 전수를 위한 자녀양육 : 공유하는 삶과 강요되는 신앙

작성일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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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교회와 부모, 주변의 신앙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다면, 청소년시기는 자기만의 신앙을 찾아가는 단계

청소년기에 아이들의 신앙은 종합적-관습적 신앙(Synthetic-Conventional faith)으로 발달한다. 이전에는 부모나 가까운 어른들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 아이들은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친구들의 경험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 훨씬 다양한 참조를 얻게 되고,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신앙의 체계를 발전시킨다. 

이 시기는 에릭슨에 의하면 자기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신앙에 대해서도 무언가 나름대로의 체계를 정립하고자 노력하고, 이런 신앙 체계가 자아정체성을 세워 나가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 시기의 신앙은 독자적이고 자립적이라기 보다는 자기가 경험한 다양한 것들을 종합하고 주변 환경에 순응하도록 발전시킨 모습으로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상당히 의존한 모습을 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인지발달이 완성된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추상적이고 복잡한 교리와 성경 내용도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기 아이들에게는 적극적인 성경 공부와 토론의 방법이 도움이 된다. 

또한 소속된 공동체의 모습을 반영하는 신앙을 발달시키기 때문에 공동체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확실한 신앙 예식의 모습을 가르친다면, 그것을 별다른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많은 교육과 활동이 아이들의 신앙 발달에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 이 시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기대를 지나치게 강하게 내면화하여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 청년기의 자율적 신앙을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으므로 지나치게 강압적인 신앙의 주입이나 부정적인 평가, 지나치게 높은 기대 수준 등은 이 시기 아이들의 건강한 신앙 생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이 시기에 인간 관계에서 경험하는 배신과 거절은 신앙 발달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인간 관계 전반에 대한 실망과 철수가 하나님과의 관계에까지 적용되어 하나님을 불신하고 떠나기도 하고, 혹은 정반대로 인간 관계에서의 실망으로 인해 인간과는 다른 하나님과의 관계에 더 기대를 하고 집착적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 청소년들에게 있어 친밀한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한 것을 염두하여, 부모나 교회 지도자들은 아이들이 안정적인 인간 관계를 갖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며,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부모나 교회 지도자들과 맺는 관계를 친밀하고 안정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신앙 발달에 도움이 된다. 

청년기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점차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성찰하기 시작한다. 파울러는 이 시기의 신앙의 모습을 개인적-반성적 신앙(Individuative-Reflective faith)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남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자기만의 신앙을 정립하려 한다. 그래서 이전에 순순히 받아들였던 공동체의 신앙 내용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비판하면서 받아들일 것과 거부할 것을 스스로 정하게 된다. 이전의 신앙이 교회의 신앙, 부모의 신앙, 주변의 신앙을 여과없이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자기만의 신앙을 찾아가는 단계이다. 

청소년기까지는 신앙에 대해 수직적으로 가르치고 어느 정도의 강제를 사용해서 신앙을 전수하는 게 가능했더라도, 청년기에는 더이상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더이상 신앙은 외부의 강요로는 전수될 수 없게 된다. 이 때 청년이 된 아이가 부모의 신앙을 잘 전수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부터 부모-자녀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자녀가 부모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부모의 신앙이 말 뿐인 신앙이 아니라 실제로 롤 모델로 일상에서 제대로 기능했었다면, 청년기에 들어선 자녀는 스스로 그런 신앙을 자기 신앙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전에 부모와의 관계가 불안정하고 부모의 신앙의 삶의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면 청년기 아이들은 이 시기에 가차없이 신앙을 버리거나 자기 나름의 신앙 모습을 선택하는데 이는 그가 자라오고 배워왔던 신앙 공동체와는 상관없는 모습의 신앙 체계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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