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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자녀양육 - 들어가는 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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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녀는 자녀에게는 최초의 관계이며 가장 친밀한 관계이다

상담실에 오는 대부분의 내담자들의 문제 근원이 바로 부모님이고, 부모가 자녀를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양육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적절하게 주어진다면 상당히 많은 정신건강 문제를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모든 부모들을 만나 일일이 교육을 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로 불가능하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다.
굳이 상담심리대학원에 진학하지 않아도, 최대한 많은 부모들(과 예비 부모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글이다. 비록 나는 너무 늦게 배워서 내 딸들에게는 잘 적용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나보다 젊은 부모들은 이 책의 내용들을 통해 아이들을 키우는 데 도움을 얻고 나보다는 잘 키워 주기를, 그래서 앞으로 상담실을 찾는 분들이 서서히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을 읽어 나가면서 어쩌면 본인의 부모가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이 나에게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양육을 해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글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가족상담학자였던 미누친은 자녀 양육은 아무리 잘 해도 후회가 남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부모 역할은 힘들고 어렵다. 나의 부모님이 나에게 실수하거나 부적절하게 한 부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서서히 명확해질 때 그것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상담을 하면서 정말 악한 부모가 있다는 사실에 종종 소름돋는 순간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자녀들을 사랑하고 잘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 나의 부모님들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부모님이 나에게 부적절하게 한 것들도 있었지만 그건 부모님이 잘 몰랐었고, 그 분들의 그 때 상황과 능력의 한계 내에서 나름의 최선이었을 것이다. 일단 그것은 인정하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나에게 안정적이고 편안한 양육환경을 제공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나에게 아직까지도 상처와 흔적을 남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글의 목적은 부모님을 비난하거나 탓하려는 게 아니다. 부모님을 탓해 봐야 지금 와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저 우리 부모님이 잘 몰라서 그랬거나, 부모님도 당신들 나름의 트라우마나 상처가 있어서 그랬다고, 혹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었지만 많은 것이 부족한 것이었다고 인정하자. 그리고 부모님이 나에게 준 상처나 결핍에 대해서 감추고 부인하고 회피하려 하지 말고 담담하고 용기있게 그것을 직면하는 것이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된다.
그것을 인정하고 직면할 때 우리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슬픔과 원망, 분노와 수치심 등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이 힘들지만 이런 애도 과정은 치유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의 어떤 것이 떠오르고 그로 인해 어떤 감정을 느낀다면 그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감정의 표현을 위해 전문상담사를 만나도 좋지만, 그저 작은 노트에 감정들을 느껴지는 대로 적어보는 것도 좋다. 눈물이 나오면 참지 말고 마음껏 우는 것도 좋다.
어쩌면 이 글을 읽으면서 나의 자녀들에게 잘 못 해준 것들이 떠올라 마음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책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자녀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전해 보자. 미안하다고 해도 좋고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해도 좋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안아줄 수 있다면 더 좋다. 멀리 떨어져 있다면 전화나 문자를 통해 마음을 전해줄 수 있다.
부모-자녀 관계는 아주 특별하다. 이 관계는 자녀가 경험하는 최초의 관계이고 가장 친밀한 관계이며, 자녀에게 이 세상과 하나님에 대해 아주 강력한 가르침을 주는 관계이다.
그런데 어떤 부모도 부모 연습을 미리 해 보고 부모가 되지는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부부는 느닷없이 부모가 된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부모도 자란다. 아이가 돌이 되면 부모 역시 돌쟁이 부모가 되고,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부모도 질풍노도의 시기에 빠진다. 누구나 부모는 처음이기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좌충우돌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이미 다 자라 버렸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 대해서 그리고 각 과정에 맞는 양육방법을 몰라 허둥거리는 동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에게 불필요한 상처를 주곤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직면하는 이런 상황에서,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에 서 있는 여행객의 손에 쥐어진 작은 나침반처럼 이 글이 조금이라도 부모님들께 도움이 되기를,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자녀들을 길러 내고 결과적으로 상담실을 찾는 분들이 점차 줄어들고 마침내 사라지는 그 날이 언젠가는 오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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