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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의 생각하며 기도하며 - 재 건

작성일 :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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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내면 깊은 죄 방치하면 영혼을 병들게 해

오래된 보일러에서 샌 물로 인해 문제가 생겼다. 보일러 주위는 물론, 화장실과 복도 바닥까지 물이 스며들어 곳곳이 썩고 망가졌다. 보험회사에서 나와 점검 후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보수 공사를 위해 벽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다 부수고 뜯어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이미 오랫동안 누수가 진행되고 있었고, 보이지 않는 벽안속에는 나무와 석고판이 썩고 곰팡이가 쓸고 있었다. 물은 아래로 흘러 바닥까지 훼손시켰다. 

문제의 원인은 누수이지만 보일러에서 물이 새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화근이었다. 하필이면 시야가 가린 보일러 뒤쪽에서 물이 새어 오랫동안 벽속까지 서서히 스며들어 피해가 컸다. 누수현상을 초기에 알았다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피해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곰팡이를 그대로 방치해 두면 다른 곳으로 전이되어 벽 전체로 퍼진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소를 키우게 된다. 곰팡이는 담배보다 더 해로워 장시간 동안 노출되어 있으면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리모델링중 곰팡이가 발견되면 의무적으로 알리고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알고도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만큼 건강에 해롭다. 또 집 자체에도 치명적이다. 집을 지탱하는 기둥이 썩으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물이 스며든 흔적이 발견되면 벽이든, 바닥이든, 천장이든, 어디든 침범된 부위는 모두 다 뜯는다. 기둥과 철골 등 기본 뼈대만 남겨놓고 모두 뜯어낸다. 수리 후 원상 복구하는 비용과 보수공사로 인한 불편 등, 손해가 막대하지만 예외는 없다. 작은 곰팡이라도 그대로 두면 주위로 퍼져 전이되기 때문에 뿌리째 뽑아야 한다. 결국 대대적인 리모델링은 불가피하다.

우리 몸도 다르지 않다. 곰팡이와 유사한 암이 몸 안에 발견되면 수술은 불가피하다. 몸을 열어 암이 발견된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암이 커지고 온 몸으로 전이되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영혼을 병들게 하는 죄도 곰팡이와 같다. 밖으로 드러난 죄는 스스로도 감지할 수 있으니 조심할 수 있지만 내면 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죄는 자신도 모를 수 있어 그대로 방치해 두면 영혼을 병들게 한다.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심도 있게 다루실 때가 바로 이때다. 평소엔 죄를 지어도 쉽게 용서해 주시고, 간과하시는 것 같지만 그 죄가 깊어져서 더 이상 내버려 두면 안 되는 지경이 되면 그때는 대대적으로 우리 죄를 다루신다. 그 문제가 근간에 이르면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 전인격적인 공사를 강행하신다. 깊은 곳에 자리잡은 죄를 들어내시기 위해 하나님은 날카롭게 허물을 하나씩 베어 내신다. 

죄를 다루시는 과정이 매우 아프고 견디기 힘들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같은 시련을 지나기도 한다. 소망이 끊기고 재기하지 못할 것 같은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진노가 아니다. 우리를 벌하시는 과정이 아니다. 병든 우리의 내면을 해부하는 과정이다. 죄의 근간을 뽑아서 그것이 우리를 죽음으로 내몰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막으시는 것이다. 썩은 살을 도려내고 새 살이 돋게 하는 치료의 과정과 같다. 죽어가는 영혼을 회복시키고 다시 재건하시는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다. 

또한 재건의 과정은 우리로 하여금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뜯어낸 벽안을 들여다보듯이 우리 속안을 보게 되어 죄가 어떻게 침투했는지 원인을 알게 하고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심하게 한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내면은 어떻게 설계가 되어 있는지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좀 더 알게 된다. 아픈 만큼 성숙해져서 이전 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보수공사를 마칠 때까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할 수도 없고, 씻을 수도 없고, 건조를 위해 밤새 돌아가는 선풍기 소음으로 잠을 설친다. 그러나 공사가 끝나면 낡고 썩은 곳을 뜯어낸 자리가 재건되어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우리를 병들게 한 곰팡이가 제거되었다는 확신으로 마음의 평안도 되찾게 된다. 다시 건강한 삶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축복의 재건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 (약 1:15)


  • 조 영 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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