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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영훈 컬럼 - "아주 보통의 하루"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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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하!"의 정신은 하나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과 닮아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이 말이 주는 느낌이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아보하’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한 사건이나 성취 없이도 평범하고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자체를 소중하게 여기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화려한 일상을 연출하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쓸 필요 없이, 그저 무탈하게 보낸 하루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행복을 쫓아 달려가는 것조차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아보하’는 새로운 위안이 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러한 ‘아보하’의 정신은 성경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은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마 6:34)라고 말씀하셨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보다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오늘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치신 것이다.
시편 기자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돌보심을 경험했다고 고백한다. “야훼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시 23:1)라고 노래하며, 들의 짐승과 공중의 새까지도 먹이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일상의 모든 필요를 채워주시는 은혜를 깨달았다.
예레미야애가에는 이런 고백이 담겨 있다. “야훼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2~23).
하나님의 은혜는 매일 아침 새롭게 주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따뜻한 밥 한 끼, 가족과의 소소한 대화, 편안한 잠자리까지 이 모든 평범한 순간들이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더 행복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SNS에는 화려한 일상과 특별한 경험들이 넘쳐나고, 더 큰 성공과 더 많은 성취를 추구하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이 그런 것들을 얻어도 마음은 더 공허하다고 호소한다. 그리고 다시 더 큰 것을 찾아 헤매게 된다.
‘아보하’는 이런 행복 강박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특별한 성취나 화려한 경험이 없어도 괜찮다고, 오늘 하루 큰 탈 없이 지낸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는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과 닮아있다.
그렇다면 신앙인이 ‘아보하’를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감사하는 마음이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모든 순간에 감사해야 한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8)라는 말씀처럼, 평범한 일상 자체가 감사의 제목이 될 수 있다.
둘째,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에 사로잡히지 말고, 하나님이 오늘 맡겨주신 일을 성실히 감당하는 것이다. 매일의 기도, 말씀 읽기, 이웃을 향한 작은 배려 등 평범해 보이는 신앙의 실천들이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예배가 된다.
셋째, 비교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화려해 보이는 삶과 비교해 자신을 평가절하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각 사람을 고유하게 지으셨고, 각자에게 맞는 길을 예비하셨다. 남의 길이 아니라 내 길을 걸을 때 진정한 평안을 얻을 수 있다.
이 세 가지를 실천하며 살아갈 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거룩한 시간이 된다. 거창한 활동이나 큰 헌신이 아니어도 괜찮다. 하나님은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을 기뻐하시기 때문이다.
매일 경험하는 바로 오늘, 이 평범한 하루가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특별할 일이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가장 거룩한 시간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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