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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학 목사의 소통하는 교회 - 소통은 설계도이다

작성일 : 202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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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없는 곳에서 사람은 떠난다. 
그러나 소통이 있는 곳에서 교회는 다시 서게 된다

최근 한국 사회에 의미심장한 두 가지 현상에 대한 신문 기사를 읽었다. 하나는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유수 대학에서 교수가 해외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4년간 서울대에서만 56명의 교수가 떠났다고 한다. 또 하나는 신학대학원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교회 사역을 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했다는 보도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신학대학원 입시 경쟁률마저 1:1 아래로 떨어졌다는 소식도 더 이상 낯선 것도 아니다. 이 세 현상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모두 공통된 구조를 보여준다. 바로 ‘떠남’이다.

‘떠남’은 단순히 연봉이나 조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더 이상 그곳에서 자신의 고민이 들리지 않고, 소망이 존중받지 않으며, 구조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교수는 연구에 몰입할 수 없는 환경을, 신학생은 삶을 감당할 수 없는 교회 현실을 경험한다. 신학대학원에 아예 들어오려는 사람조차 줄어드는 지금, 한국 교회의 미래는 이미 영적 지도자 부족의 실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 모든 현상은 ‘소통의 실패’라는 공통된 원인을 지닌다.

교회 안의 소통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도된 설문에 따르면, 신학대학원생 중 절반이 사역 의향이 없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68%는 소명을 후회하고 있다. 주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 과중한 업무, 낮은 보수, 권위적인 조직 문화다. 이는 교회가 사역자의 삶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지 않고, 현실적 어려움에 구조적으로 응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떠난다’는 현상 자체가 교회 내부의 목소리를 듣고 교감하는 데 실패했다는 진단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소통하는 교회는 무엇이 다른가? 단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서로의 고민을 인식하고 구조적 대안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먼저 세대 간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20‒30대 신학생은 부교역자나 선교사를 선호하지만, 40대 이상은 담임 목회나 개척을 우선순위로 둔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의견의 다름이 아니라 경험의 간극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 세대 간 코칭과 멘토링, 비전과 진로 상담, 인생 경력 나눔 같은 장을 정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험의 공유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공동체적 시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권위주의적인 구조를 넘어 평등한 대화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목회자들은 서로의 사역 상황과 한계를 공유하고, 정기적인 대화 테이블을 통해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구조는 교회의 미래를 닫아걸지만, 수평적 소통은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셋째, 교회는 피드백의 문화를 세워야 한다. 사역자 간 정기적인 피드백 모임, 사역 일지 공유, 목회자의 아내 및 가족까지 포함하는 지지 네트워크는 소명의 흔들림을 공동체적 지지로 보완하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함께 사역한다’는 공동 감각은 구조로 표현될 때 힘을 가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가 사역자를 ‘업적의 도구’가 아닌 ‘영적 동반자’로 대하는 존중의 문화를 회복하는 일이다. 사역자를 단지 일의 성과나 숫자로 평가하는 문화 속에서는 동역자가 아니라 기능적 인력으로 전락하게 된다. 교회는 사역자를 업적자로서 대하기보다, 영적 동반자로서, 가능성의 주체로서 존중하고 환대하는 문화를 키워야 한다. 이는 단지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기본 태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사람이 떠나지 않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비전 공유, 정책 공청회, 열린 재정 보고 등 투명한 공동체 운영이 필요하다. ‘사역자는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알고 있다’는 감각, 그리고 그 방향을 함께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은 구성원이 오래 머물게 하는 힘이다.

소통은 대화를 넘어 교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다. 단지 사적인 공감이 아니라 제도와 구조를 세우는 설계도이자,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장치이다. 이제 교회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함께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김 병 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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