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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학 목사의 소통하는 교회 - 소통은 빛이다

작성일 :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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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의 소통은 신앙의 산소이자 공동체의 기반

지난 6월 8일, 영국 플리머스 대학 연구진은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전 세계 해양의 약 21%가 지난 20년간 점점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오션 다크닝(Ocean Darkening)’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바다 표층의 변화로 인해 태양빛이 더 이상 바다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 영향은 해양 생물의 90%가 살아가는 ‘광달층’에 직격탄이 된다. 광합성이 가능한 이 층에서 플랑크톤이 자라지 못하면, 먹이 사슬이 붕괴되고 생물 다양성이 위협받는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다.

이 뉴스를 읽으며 문득 오늘날 교회 생태계가 떠올랐다. 교회의 생태계의 변화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선거의 과정에서 더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교회도 ‘처치 다크닝(Church Darkening)’이라는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외형은 여전하지만, 신앙의 생명력이 스며들던 깊은 층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말씀은 선포되지만 마음으로 흡수되지 않고, 공동체는 모이지만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며, 소통은 있지만 진심이 부족하다. 교회 내부에 빛이 닿지 않는 그늘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금 커다란 변곡점에 있다. 정치적 양극화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화되는 진영 논리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대화를 갈라놓는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바깥 세상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교회 안에도 이미 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같은 설교를 듣고도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며, 동일한 사안을 두고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목회자와 교인 사이, 교인과 교인 사이, 세대와 세대 사이의 균열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소통의 부재’가 있다. 교회는 서로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고, 무엇보다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빛이 사라진 바다에 생명이 머물 수 없듯, 소통이 없는 교회에도 건강한 공동체는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의 빛이 닿지 않는 교회, 그것은 이름만 남은 조직일 뿐이다.

오션 다크닝을 극복하려면 바다의 순환 구조, 조류, 온도를 바르게 조정해야 한다. 교회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흐름을 복원하고, 서로의 온도를 느끼며, 방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 소통은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나의 언어를 나누는 깊은 행위다.

소통의 회복을 위해 교회가 우선해야 할 첫 번째 변화는 ‘듣는 리더십’이다. 이제는 설교만으로 통하지 않는 시대다. 목회자는 공동체 안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삶의 자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교인은 신앙의 대상이자 사역의 동반자다. 그들의 이야기가 교회 정책과 방향 속에 반영되어야 진정한 ‘몸의 공동체’가 된다.

둘째, 세대 간 대화가 절실하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교회 안에서 자신의 언어로 신앙을 표현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른 세대는 ‘우리가 하던 대로’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방식, 그들의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어른들은 가르치려 하기보다 들으려는 태도를, 청년들은 비판보다 제안과 참여를 통해 다리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예배와 비대면 교제가 일반화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들었다는 반성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소통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 안에 ‘진심’이 담겨야 한다. 교회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디지털 융합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플랑크톤은 바다에서 산소를 만들고 먹이 사슬의 기초를 형성한다. 마찬가지로 교회 안의 소통은 신앙의 산소이자 공동체의 기반이다. 듣고, 말하고, 함께 걷는 단순한 행위 안에 교회의 본질이 담겨 있다. 교회가 세상의 빛이라는 성경의 말씀이 의미 있으려면, 먼저 교회 안에서 그 빛이 살아야 한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가, 지금 이 시대 교회를 밝힐 수 있는 가장 실제적이고 강력한 빛이 될 것이다. 세대와 진영 논리에 치우친 침묵을 깨는 용기, 그것이 곧 회복의 시작이며, 소통은 그 가장 중요한 열쇠다.

  • 김 병 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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