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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재영 칼럼 - 사회 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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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갈등일 수록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러야

현대 한국 역사는 갈등의 역사라고 할 정도로 우리는 그야말로 갈등 속에서 보내 왔다.
몇 년 전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치·경제·사회 분야 갈등 지수를 종합 분석한 결과, 한국의 갈등지수는 55.1점으로 3번째로 높아 갈등이 매우 심각한 국가로 나타난 바 있다.
한국의 갈등 관리 지수는 30개국 중 27번째(46점)로 매우 낮아, 갈등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곧 한국의 갈등 지수는 높은 반면, 그에 따른 관리 역량은 낮았는데, 이는 국가의 성숙과 사회의 건강성을 추구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개신교 신자들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작년에 기독인문학연구원과 이음사회문화연구원이 조사해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들의 89%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10년 전 대비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와 향후 사회 갈등 변화 예상에 관한 설문에는 70%가 ‘현재가 10년 전보다 심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40대의 경우 사회 갈등이 ‘커질 것’이라 예상한 비율이 4명 중 3명(76%)에 달했다.
사회 집단별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갈등을 92%로 가장 심각하게 봤다. 조사 시점이 탄핵 정국 이전이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인데 만일 올해 초에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념 갈등에 대한 응답률은 더 올라갔을 것이다.
이렇듯 최근 우리 사회를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도 이념 갈등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는 촛불 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을 외쳤는데, 이후에는 탄핵으로 집권한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두 번째 탄핵 사태와 대통령 선거 동안 이러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험을 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종북좌파’라는 딱지를 붙여서 매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한동안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 문제로 여겨졌던 지역 갈등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이러한 이념 갈등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갈등이 첨예화하는 현대 사회
현대 사회에는 갈등이 내재화돼 있다. 사실 갈등이 없는 사회는 없다. 우리는 사회라고 하는 것을 막연하게 조화와 합의를 이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균형, 발전을 이뤄나가는 것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라는 것이 그렇게 기계의 부속품들처럼 질서정연하게 짜 맞춰져서 안정된 상태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근본으로부터 자기 중심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 존재들이 어울려 사는 사회 공간에서 갈등은 항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탈현대 사회에서 갈등은 더 첨예화된다. 탈현대 사회는 개인을 존중한다는 긍정의 측면도 있지만, 개인들 사이에 합의에 도달할 절대 기준이 사라졌기 때문에 사회 갈등이 보다 첨예화할 가능성도 증가한다.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서 갈등이 조정되지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폭력과 같은 파괴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경향까지도 나타내게 된다. 이것이 지난 탄핵 정국에서 우리가 직접 경험한 바이기도 하다.
이렇게 도처에 존재하는 갈등을 존재하지 않는 양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렇게 갈등이 극복될 수 있다면 사회는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사회 통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
이렇게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피력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 대 인간을 평등하지 못하게 하는 여러 가지 조건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시하는 나이, 성별, 학식, 재산 등 다양한 조건들이 사람을 사람 자체로 대하지 않고 조건에 따라 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외형의 조건이 아니라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 인식이 필요하다.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며 나와 마찬가지로 남도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통 사회에서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사회가 작동됐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모두 시민들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각각의 의견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맞춰가느냐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시민사회는 인간의 본래적인 사회성이 실현되는 공적인 영역으로 이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을 단순한 시장행위자나 국가의 지배를 받는 존재가 아니라, 공적인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는 자율적인 시민으로 이해한다.
결국 어떻게 개인들 사이의 결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데 여기서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바탕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종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종교는 이기심을 자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사회 약자를 보호하는 이타성의 규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종교라면 단순히 종파적 또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기보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가 인정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새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국민 통합과 사회 발전을 강조했다.
현대 정치에서 어떤 후보도 절대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떤 대통령이 선출되더라도 국민들의 상당수는 그를 선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떠한 국민도 이념과 정파에 사로잡혀 판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새 정부가 바른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국민 모두의 유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지원하고 한편으로는 감시하며 비판적 지지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불완전한 인간을 통해서라도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가 펼쳐지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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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 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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