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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의 생각하며 기도하며 - 사랑을 굶긴 죄

작성일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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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만큼 큰 잘못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인지 돌아보면 마흔쯤 인 것 같다. 삶의 무게가 가장 버겁게 느껴졌던 때이다.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는 시점이다. 책임도 많았다. 위아래로 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었다. 내 아버지를 가장 많이 이해한 것도 이때쯤 이였다. 짊어져야 하는 짐과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이때가 내곈 가장 힘든 때였다

공교롭게도 내가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한 것도 바로 이때다. 내가 힘드니 그 영향이 주위에 고스란히 전가되었다. 어느때 보다 나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가족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다. 그 중 제일 미안한 것이 아이들이다. 부모가 전부인 어린 아이들에게 필요한 관심과 애정을 주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것은 그리 큰 아쉬움이 아니다. 없어서 못해준 것은 아이들도 크면 이해한다. 그러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줄 수 있는 사랑을 굶긴 것이다.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주려서 생긴 마음의 병이다. 

한 공상과학 영화를 본적이 있다. 전투원인 주인공은 작전 수행 중 발견한 아기를 키우게 된다. 이 선택으로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옮은 결정을 했지만 그로 인해 힘들어진 그는 방황했다. 자신이 힘드니 양딸에게 잘해 주지 못했다. 여느 날 처렁 술집에서 실의에 빠져있는 그를 찾아온 아이를 귀찮아 하며 내보냈는데, 잠시 후 우주선 폭파로 인해 양딸을 잃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우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생존 가능성도, 찾을 가능성도 희박한 딸을 찾기 위해 그가 우주를 떠돌며 찾아 해매이는 그런 스토리다. 흥행작도 아닌데 기억에 남는 것은 내게 어필되는 부분에 있어서 이다. 

딸을 잃은 슬픔도 크지만, 하필이면 그가 힘들어서 돌보아 주지 못할 때 그렇게 된 것이 더욱 마음에 걸렸던 것 같다. 만약이라도 찾게 된다면 그때 대했던 모습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그때 힘들어서 그랬다고 알려주고 싶을 것 같다. 무의미하게 우주를 떠도는 그의 행동은 사랑을 굶긴 것에 대한 속죄로 보인다. 

내가 아이들에게 늦게나마 노력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힘들었을 때 보여준 모습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이다.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실의에 빠져서 그런 것이었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 이다. 힘들다는 핑계로 주지 못한 사랑을 이제라도 주고 싶어서이다.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이 실수 만큼은 만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고보는 옳은 일을 할 기회를 저버리는 것을 죄라고 했다 (약 4:17). 이 때를 놓치면 어쩌면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나의 사랑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만큼 큰 잘못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신 모든 순간 사랑하셨다. 예수님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셨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언제나 사랑과 온유로 대하셨다. 힘들 때도, 지치실 때도,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변해도 예수님은 변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자신을 배신하고 부인할 것을 아시면서도 이전과 똑같이 사랑하셨다. 십자가에 매달려 고통 당하는 순간에도 그를 못박은 사람들을 위해 구하셨다. 피 흘려 죽으시면서도 남은 자들을 위로하셨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이 땅에 계실 동안 끝까지 사랑하셨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요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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