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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재영 칼럼 - 교회가 아닌 마을 중심의 돌봄 실천

작성일 :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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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은 지역교회와 도시교회와 연합 활동 필요해

최근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누군가에게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는 시기를 거친다.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누군가를 돌보는, 돌봄 관계의 변화 속에서 우리 삶은 구성된다. 

이렇게 인간의 삶에서 돌봄은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 존재 자체를 ‘돌봄의 인간’으로 상정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고,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돌봄이 사회윤리, 정의의 기초가 돼야 하고, 돌봄을 중심으로 사회가 재구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도 ‘돌봄 사회’로 이해된다. 돌봄 사회는 돌봄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이며, 동시에 돌봄 관계에 중요한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다. 여기에는 돌봄 관계가 사회를 구성하는 기초가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런 관점에서 만약 돌봄이 배제된다면 자유민주주의든 사회민주주의든 전부 허상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돌봄이 기초가 되는 돌봄 민주주의가 강조되고, 복지국가를 넘어 돌봄 민주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된다. 

이런 점에서 돌봄 민주 국가는 새로운 모습의 복지국가이며, 돌봄의 가치와 돌봄 관계를 지원하고 반영하는 국가로서 더 정의로운 복지국가, 더 나은 복지국가로 불리게 된다.

이렇게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더 강화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통합돌봄지원법’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의 목적은, 기존에 분절되어 제공되던 의료·요양·돌봄·주거·재활·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들을 통합·연계하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 법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겠다기보다는, 기존에 흩어져 있던 서비스를 ‘사람 중심’으로 재설계하고, 통합된 전달체계를 만들겠다는 ‘체계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에는 의료, 요양, 복지, 주거지원 등이 제각각 따로 운영됐다. 그래서 서비스 간 단절이 많아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21세기교회연구소와 한국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가 공동으로 한국 개신교 신자들의 마을 돌봄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교회와 신자가 마을 돌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느 정도 참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사를 통해 지역사회 활동과 돌봄 관련 경험 및 향후 필요 요인을 파악함으로써, 교회 기반의 마을 돌봄 모델을 설계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교회가 공적 돌봄 체계와 협력해 마을 돌봄 사역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돌봄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뚜렷했다. 출석교회 생활환경이 ‘열악’하다는 응답은 읍·면 지역에서 더 높았으나 실제 돌봄 사역은 ‘읍‧면’보다 ‘중소도시·대도시’에서 더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읍‧면 교회는 돌봄 체계 또한 취약해 돌봄 조직·예산·협력 구조 구축률이 가장 낮고, 돌봄 사역 준비 또한 갖추지 못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곧 돌봄이 가장 필요한 지역이 돌봄 활동을 가장 덜 하고 있으며 가장 준비가 미비한 구조였다. 

돌봄이 필요한 지역인 읍·면 교회들은 대부분 소형교회로서 재정·인력·환경의 한계가 클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들이 한계를 극복하고 돌봄 사역에 나설 수 있도록 지역교회들 그리고 도시 교회들과의 연합 활동이 필요하다.

주목할 점은 자원이 부족한 소형교회의 분투다. 30명 미만의 소형교회 55%도 마을 돌봄 사역을 실천하고 있었다. 돌봄 예산·조직·체계가 전혀 없는 교회만 따로 보아도 그 중 50%는 필요 시 팀을 모아 비정기적으로 돌봄을 수행하고 있다. 

나머지 50%도 ‘완전 비공식적으로’ 즉 체계 없이 자기 힘으로 수행하고 있었는데, 특히 이 비공식 수행 비율은 소형·읍/면 교회일수록 더 높았다. 

그런데 소형교회는 지속가능성과 발전 여력이 부족하므로, 현재 돌봄을 감당하고 있는 소형교회에 대해 중대형교회들의 재정·물적 지원이 요구된다. 중대형 교회의 재정·물적 자원과 소형교회의 지역사회 정보력·현장 접근성을 결합하여, 함께 하는 돌봄 사역의 연대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회들의 돌봄 사역 방식에 대한 인식 변화도 나타났다. 마을 돌봄 실행 방식 선호에서 협력 선호 76%, 교회 단독 14%로 압도적 차이를 보인 것이다. 

돌봄통합지원법체계 내 역할 인식도 ‘필요 시 부분 참여’ 63%가 우세하여 사회적 돌봄을 교회가 단독으로 실천하는 방식보다는 연계 방식을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독자적으로 돌봄 사역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형교회들을 위해 실행 가능한 협력형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 지자체·복지기관·NGO 등과 연계 가능한 표준 매뉴얼과 우수 사례를 수집·공유하여, 교회가 무리 없이 협력 사역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는 마을 돌봄에 대한 교회 중심의 사고가 강하게 드러났다. 마을 돌봄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가장 높은 항목은 ‘지역사회 신뢰 획득’ 45%로 ‘돌봄이 필요한 이웃의 삶의 질 향상’(37%)보다 더 높았다. 

곧 수요자보다 교회 쪽 이익을 더 먼저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돌봄과 교회 성장의 관계에서도 ‘돌봄이 성장에 직간접으로 기여’한다는 인식이 91%로 나타난 것도 돌봄 사역이 수요자 중심보다는 교회의 이미지 향상이나 성장 수단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돌봄 교육과 설교, 훈련에서는 ‘교회에 유익한 돌봄’이 아니라 ‘이웃 사랑’에 초점을 둬야 한다. 따라서 관점의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또한 돌봄 대상 주요 연령대는 노년, 돌봄 대상 부류는 독거노인, 주요 돌봄 활동은 빈곤층 돕기가 가장 높게 나왔다. 마을 돌봄을 취약층 중심으로 생각하고 전통적인 구제/봉사 활동으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는 것이다. 

돌봄의 대상은 지역사회의 모든 주민이 될 수 있고, GDP 3만 불이 넘는 시대에 전통적인 취약계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육체적 돌봄뿐만 아니라 정신적 돌봄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관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회의 한정된 자원을 지역 사회에 베푸는 시혜적 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자원들이 교회를 통해서 연결되고 협력 활동이 이뤄짐으로써 마을을 공동체화 하는데 교회가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교회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예배·교육’ 486% 다음으로 ‘마을 돌봄’이 32%로 2위로 나타났다. 특히 시민의식이 높을수록 돌봄을 위기 해법으로 보았고, 생활환경 열악 지역 성도일수록 돌봄을 위기 극복 방법으로 선택했다. 

이것은 돌봄을 ‘사회봉사’가 아니라 교회 신뢰 회복과 사회 신뢰도 회복, 현재의 교회 위기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을 돌봄을 단순히 교회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진정성 있게 마을 돌봄을 실천할 때 결과적으로 교회는 우리 사회에서 신뢰를 얻는 종교 단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을 교회가 감당해야 할 마땅한 이웃 사랑의 실천으로 이해하고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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