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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자녀양육 - 들어가는 글 (1)

작성일 : 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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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품 원인은 하나같이 부모였다!

나는 상담을 하고 상담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매일매일 다양한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상담실을 찾는다.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내담자들 중에 행복하고 만사 형통한 사람들은 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마음 속에 큰 멍을 안고, 고통 중에 혼자서 신음하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상담실로 발걸음을 옮긴 분들이다. 이 분들을 만나면서 나의 마음은 찢어지게 아프다. 이 분들의 마음을 만지고 치유하는 일을 하면서 이 분들의 인생 속으로 함께 들어가는 상담의 과정은 거기에 하나님이 함께 하지 않는다면 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상담실을 찾는 분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나는 상담실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상담실 문을 닫아야 하는 그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상담실에서 내담자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 일의 연차가 늘어나면서 나는 한 가지의 사실을 깨닫고 소름 돋는 경험을 자주 한다.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모든 아픔의 원인은 하나같이 “부모”였다!!! 내담자들이 처음에 상담실 문을 열 때에는 다소 다양한 문제를 호소한다. 부부 갈등, 고부 갈등,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열등감, 죄책감, 기억 상실, 섭식 장애, 주의 집중 문제, 불면증, 인간 관계의 어려움, 공포증,  자해, 자살, 중독… 이런 다양한 문제로 상담을 시작하지만 대화를 해 나가다 보면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의 중심에는 그들의 부모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접한 내담자들의 적어도 90%의 문제는 부모로부터 기인했거나 부모와 관련이 있었다. 여기서 나는 10%의 예외를 인정한다. 그것은 부모도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사고로 인한 문제도 적지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내담자들의 호소 문제는 부모로 인한 것들이다. 

부인할 수 없는 이 현실을 마주했을 때 나의 첫번째 반응은 놀람과 부인이었다. 그럴리가 없다. 뭔가 잘못된 것일 거다. 어떻게 자녀를 사랑하고 돌보는 부모가 자녀의 상처의 근원이란 말인가. 분명 그럴 수는 없는 거다. 도대체 왜?

나는 내가 발견한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내담자를 만나길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상담을 하면 할 수록 내가 발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만 점점 더 증명될 뿐이었다. 어떤 문제로 상담을 시작하든 결국 이야기의 끝은 부모님으로 귀결되었다.  

종종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임한 부모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담자의 부모님들은 그저 평범한 분들이었다. 그들은 자녀들을 사랑했고 자녀들을 위해 희생했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녀들을 양육한 분들이었다. 그런데 이런 부모들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을 가슴 속에 안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상담실을 찾아온다. 이런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기가 막힐 뿐이다. 어째서 부모는 사랑했으나 그 자녀들은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것일까?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여기에는 희망도 있다. 상담실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문제의 원인이 그들의 부모님이라면, 부모님들이 자녀를 키울 때 상처를 덜 주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기만 하면, 잠재적 내담자 90%가 겪을 불필요한 상처와 고통을 피할 수도 있다. 이 세상의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상처 주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을 안다면, 그 때가 바로 상담실이 문을 닫아야 하는 그 때일 수 있다. 내가 고대하는 그 날 말이다. 

학교에서 상담을 가르치면서, 종종 학생들의 탄식 섞인 말을 듣곤 한다. “교수님, 지금 배우는 것을 10년만 일찍 배웠다면 제 아이들을 다르게 키웠을 거에요. 너무 아쉬워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부모로는 처음으로 딸들을 키웠고, 지금 아는 것을 그때는 모르는 채 참 미숙하게도 딸들을 키웠다. 자녀 양육에 대해 배워 나가는 동안 딸들은 기다려주지 않고 너무도 빨리 쑥 커 버렸다. 그래서 나 역시 이미 성인이 된 딸들을 보면 아쉽고 미안하고 안타깝다. 지금 딸들을 처음부터 다시 키운다면 훨씬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야속하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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