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뉴스]
북한, "신념·표현권 침해 10배 증가"…종교 박해 여전해
크리스천헤럴드2024.10.19
"군대에 있을 때 종교 믿어서 총살당하는 사람 많이 봤어요. 성경을 유포하려 했다는 혐의로 보위부에서 총살을 당하는 걸 제가 봤지요. 이런 공개처형은 무조건 가서 보도록 했어요."북한에서 일어난 인권 침해 사건 중 '신념 및 표현의 권리 침해'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대 들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가운데 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학대·처벌받았다는 증언이 다수를 차지했다.북한이탈주민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 온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10일 발간한 '2024 북한인권백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2020년 이후 4년만에 발간된 백서는 'NKDB 통합인권 데이터베이스(DB)'에 기반한 사건 8만7,317건, 인물 5만6,452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하고 있다.백서에 따르면, 인권침해 사건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권리는 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60.3%)이었으며, 이주 및 주거권(13.2%), 생명권(10.6%)이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16.9%에는 노동권·건강권·교육권·정치 참여권 등이 포함됐다.특히 2020년대 북한 인권침해 사건 503건 가운데 신념 및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이 51건으로 10.1%를 차지했는데, 2010년대까지만 해도 1% 미만이던 사건 비율이 10배가량 증가한 것이다.NKDB 측은 최근 들어 신념 및 표현의 권리 침해 사건 비율이 늘어난 이유를 북한 내부에서 외부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덩달아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문서영 NKDB 조사분석원은 "2020년 이후 북한이 주민을 통제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제정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고 설명했다.이번 백서에는 북한의 종교 박해 실태도 담겼다.전체 신념 및 표현의 권리 침해 사례 464건 가운데 종교박해는 156건(33.6%)으로 통신 및 정보 이용 제한(258건, 55.6%)에 이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종교박해의 원인은 종교활동이 60.3%로 가장 많았고, 종교물품 소지(19.2%)와 종교 전파(4.5%)가 뒤를 이었다. 탈북자 A 씨는 "군대에 있을 때 종교를 믿어서 총살당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면서 "성경을 유포시키려 했다는 혐의로 공개처형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밝혔다.다른 탈북자 B 씨는 "동네에 살던 여자가 중국에서 목사를 만나 성경책을 밀수해 집에 숨겨뒀다가 들켜서 교화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백서에 수록된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현재 북한에서는 고문과 성폭력, 처형 등 다양한 인권 침해도 자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 북한의 인권 실태는 더 처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탈북자 C 씨는 "북한에는 코로나 진단 방법이 없어, 산에서 꿩이나 멧돼지를 잡는 사람들이 코로나 확진자로 의심돼 격리됐다"면서 "2021년 2월 격리시설에서 격리자들이 다 같이 목욕하다가 중앙당에 보고됐다. 당 위원회 조직비서와 인민위원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앙당 부장, 부부장급 앞에서 총살됐다"고 밝혔다.코로나19 시기에 강제 노동을 했다는 탈북자 D 씨는 "코로나 당시 가족들이 형편이 어려워 식량을 보내주지 못하자 사망자가 늘었다"면서 "2022년 5월 초 동료가 강제노동을 가던 길에 쓰러져 죽었다. 노동 강도는 높은데 영양분 섭취가 부족해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생명권 침해 사건의 경우 총 9,293건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사법적 집행 5,464건(58.8%)과 다른 직접적 행동으로 인한 사망 2,519건(27.1%)이 높은 순으로 조사됐다.사법적 집행은 사법기관에서 개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을 말하며, 다른 직접적 행동으로 인한 사망은 음식 제공 거부나 고문과 만행의 결과, 적정 치료 미비로 인한 사망을 말한다.NKDB는 2020년 이후 사례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주민들이 생명권을 침해받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개인의 존엄성 및 자유권 침해 사건은 5만2,669건으로, 불법 구금 3만2,257건(61.2%), 고문 및 폭행 6,977건(13.2%), 강제 매춘 및 인신매매 4492건(8.5%) 순으로 나타났다. 강제 매춘 및 인신매매 사건도 4,492건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사자의 연령대는 20대(41.3%), 30대(21.6%), 10대(16.6%) 순이다. 모든 10~30대 피해자의 99%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다.이주 및 주거권 침해 사건은 1만1,499건으로 강제송환 8,230건(71.6%), 국내 추방 2,999건(26.1%)이었다. 강제송환은 98.9%가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NKDB는 북한인권, 과거사청산, 피해자 구제를 위해 2003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NKDB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는 북한의 인권실태를 체계적으로 조사·분석하고 객관적인 북한인권 실태자료를 국내·외에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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