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특집] 신년사 - 이상명 총장(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전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페이지 정보
본문

이상명 총장(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전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가 바티칸 궁의 시스티나 성당에 그린 ‘최후의 심판’(The Last Judgment)에는 391명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 프레스코 벽화에는 예수님의 오른편에는 천국으로 오르는 영혼, 왼쪽으로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영혼이 나뉘어 나타납니다.
아래쪽 중앙에는 여러 명의 천사들이 나팔을 불면서 ‘최후의 날’이 도래했음을 알려 줍니다. 죽었던 사람들이 부활하여 의인들은 그리스도 곁으로 올라가고 있으며 죄인들은 악마들에 의해 지옥으로 끌어내려집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만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채 앉아 있습니다. 바로 ‘절망에 빠진 남자’입니다. 천사들과 죄인들 사이에서 왼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그는 아직 심판받지 않은 유보 상태 속에서 고뇌합니다. 그리스도의 오른편에 올라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그리스도의 왼편으로 떨어져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나는 죄인이 될 것인가. 구원론적 결정론이 지배했던 중세 시대와는 달리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미켈란젤로는 이 ‘고뇌하는 인간’을 통해 인간의 자율성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 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고뇌하는 자세가 묵시가 사라진 세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합니다. 고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뇌가 없는 인간은 인간성을 상실하기 마련입니다. 고뇌하지 않는 인간에게는 위에 계신 궁극적 대상이 가려져 있는 법입니다. 그리스도인들조차 돈,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살아가는 동안 치열해야 할 신앙적 고뇌는 잃어 가고 있습니다. 묵시적 긴장의 부재입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하기는커녕 그것에 동화되어 자기 신앙 하나 반듯하게 간수하기도 벅찬 현실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시간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변하고 움직입니다. 시간은 그 위에 있는 것들을 흔들고 요동치게 합니다.
삶은 시간의 변덕을 감수해야 합니다. 시간 위에 있는 한 온전한 평온과 고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잔잔한 바다는 노련한 뱃사공을 길러 낼 수 없습니다. 시련과 역경을 극복한 사람만이 아름다운 영성의 무늬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더욱 치열한 전쟁은 외부로 드러난 전쟁이 아니라 매일 우리 마음속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내밀한 전쟁입니다. 유혹 없는 진공 상태에서 안일하게 살려는 자세와 매서운 겨울 폭풍과도 같은 신앙의 시련을 피하려고만 하는 태도로 살아가는 자에게는 믿음은 자라지 않는 법입니다.
그 믿음이 도전받을 때, 우리가 묵시적 영성에 눈 뜨는 시간입니다. 믿음의 눈이 멀지 않도록 묵시적 비전을 견지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일상과 역사의 참된 주인임을 일깨우는 묵시적 비전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허무주의나 패배주의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됩니다. 묵시적 비전으로 수놓은 신앙은 우리가 평온한 일상 속에서 영적 무기력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나 혹독한 시련의 시간 속에서 부릅뜬 영안으로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의로우신 손길을 보기 위해서 필히 간직해야 할 신앙입니다.
2025년 새해에는 묵시적 비전과 영성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현시(現時)로 경험하며, 그 은혜로 격랑이는 현재를 항해하여 희망찬 미래로 모두 나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전글신년사 - 신승훈 목사(주님의영광교회 담임) 25.01.11
- 다음글신년사- 진유철 목사(나성순복음교회 담임) 25.01.1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