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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학 목사의 소통하는 교회 - 소통은 상처를 통한 공감이다

작성일 : 202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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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 수 있는 교회 되어야

대한민국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그의 문학이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노벨상 위원회의 평가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고통과 상처, 죄의식, 그리고 희미하지만 결코 꺼지지 않는 구원의 희망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의 작품들을 읽고, 작품의 평가를 읽으면서 이런 궁금함이 생겼다. 그렇다면 교회는 작품에 등장하는 이러한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한강의 문학 속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은 고통 속에서 방황하고, 자신의 상처에 갇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 속에서 상처와 고통을 경험하며, 때로는 그 고통이 너무 커서 해결할 방법조차 찾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는 이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 상처를 인정하고, 그 속에 담긴 아픔과 슬픔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한강의 작품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상처는 단순한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역사적 차원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교회가 개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상처에도 주목해야 함을 시사한다. 교회는 사회적 불의와 억압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 한강의 작품처럼, 인간의 상처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깊이 파악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고통을 혼자서 짊어진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교회는 고통을 나누고 함께 짊어질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한강의 문학이 고통 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그려내듯이, 교회도 그들에게 빛을 비추고 희망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교회가 단순히 해결책을 제시하는 위치에 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강의 작품 속 인물들이 경험하는 고통은 복잡하고 얽혀 있다. 단순한 구호나 도덕적 교훈으로는 그들의 상처를 온전히 치유할 수 없다. 교회는 그들의 고통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고통 속에서 그들과 함께 머무르고, 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교회는 단순한 답변을 제시하기보다는 한강의 문학처럼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또한 한강의 문학 속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구원의 가능성'이다. 그의 작품은 때때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미한 구원의 빛을 암시한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작품 속 인물들은 그 빛을 찾지 못한다. 교회는 바로 이 점에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교회는 고통 속에서도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단순히 기적처럼 쉽게 풀린다는 단순한 낙관론이 될 수 없다. 한강의 문학이 그렇듯이, 교회의 메시지도 고통과 상처를 그대로 인정하고, 그 속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구원의 가능성을 제시해야 한다.

교회는 또한 한강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질문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의 문학 속 인물들은 종종 인간 존재의 의미, 고통의 이유, 그리고 구원의 가능성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는다. 교회는 이 질문들에 대해 가볍게 답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그 질문들을 함께 나누고, 신앙 속에서 어떻게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교회가 해야 할 일은 한강의 문학 속에서 반영되는 보편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정죄하지 않고 그들과의 진정한 소통이다. 그들이 느끼는 상처와 고통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구원의 희망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하다. 한강의 문학이 그러하듯, 교회도 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이 진정으로 구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상이 많이 아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회도 많이 아프다. 아파하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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