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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영석 목사의 생각하며 기도하며 -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복 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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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누구나 난처해질 때가 있는데 나는 바로 외식을 할 때이다. 비교적 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고 당당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외식을 할 때는 예외일 때가 있다. 바로 쿠폰 사용 때문이다. 쿠폰 쓰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업체입장에서는 새로운 손님을 끌기 위해 할인을 해주며 일시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쿠폰을 들고 식당에 가면 일하시는 분들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태도는 공손해지며 조심스럽다. 주문할 때 행여나 직원이 계산을 잘못해서 미안해 하면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서 무안 해진다. 계산을 잘못한 이유가 바로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쿠폰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계산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쿠폰적용이 번거롭고 헷갈릴 수 있다. 특히 익숙지 않은 직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다른 사람을 불러서 계산할 때도 있다. 하필 내 뒤에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는 그러지 않아도 바쁠 텐데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게 된다.
우리 가족은 외식할 때 쿠폰이 있는 곳이면 꼭 쿠폰을 사용한다. 음료수는 잘 시키지 않고 물을 마시는 편이다. 또 포인트를 정립해야 하니 계산은 크레딧 카드로 하고 음식이 남으면 투고 박스 달라고 해서 꼭 싸간다. 식당의 정상 판매가격보다 싸게 먹고, 마진이 높은 음료수는 시키지 않고 남은 음식은 일회용포장용기를 달래서 꼭 싸오니 우리 식구는 가는 식당마다 도움이 되질 않는다. 한번은 쿠폰을 집에 두고 나와서 가려던 식당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방향을 바꾼 적도 있다. 쿠폰으로 싸게 먹을 수 있는데 정상 가격을 주고 먹는 게 아까워서이다.
그렇다고 팁을 후하게 주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서빙 하시는 분들께도 상냥하게 대한다. 식당주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버들에게도 별 도움이 안 되니 미안한 마음에 최대한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먹고 난 그릇들을 정리해놓고 테이블도 좀 닦아 놓고 나온다.
그래서 음식점에서 나올 때 자주 미안한 마음이고, ‘우리 같은 손님들만 오면 이 집 돈 못 벌겠다’ 는 생각에 부디 제값 내고 먹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매상을 올려 주기를 바라고 떠난다. 그리곤 얼마 후 다시 가서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나는 식당에 가면 당당할 수가 없다. 그 식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꼭 당당 하려고 노력하는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교회이다. 이곳에서 만큼은 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도움을 받는 사람이 당당할 수 없듯이, 섬기라고 부름 받은 곳에서 섬김을 받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록 많은 것을 줄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목자로 세움 받은 교회에서 만큼은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해도 주장하지 않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해도 요구하지 않는다. 왜냐면 교회는 사랑의 대상이지 기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말한대로, "그리하면 목자장이 나타나실 때에 시들지 아니하는 영광의 관을 얻으리라" (베전 5:4) 내게 상 주실이는 교회가 아니라 목자장이신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교회를 열심히 섬겼을 때 꿈틀대는 보상심리이다. 내가 한만큼 인정받고 대우받기를 원하는 기대이다. 내 수고에 대한 대가를 당당히 요구하고 싶은 태도이다. 이런 바람이 지나쳐 나의 수고를 계산하기 시작하면 교회도 내 성공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기대가 도가 남으면 나의 이익과 야망을 위해서 성도들의 희생도 감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주는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게 된다. 내 스스로 상을 추구해서 후에 목자장에게 받을 상급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오늘날 목사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자기 몸인 것처럼 좌지우지하고, 정치인이 자기 이익을 위해 법을 악용하고, 경찰이 봉급인상을 요구하며 약탈 행위를 지켜만 보고, 의사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기득권을 주장하는 행위 모두 다 이유가 있다하나 주는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래서 때때로 교회에서 실망스러운 일을 겪게 되고, 내가 기대한 만큼 인정해 주지 않고, 때론 불이익을 당한다 해도, 나는 나를 부르신 그곳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교회는 항상 나에게 사랑의 대상이 되고 기대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교회를 위해 목숨을 내어 주신 예수님의 뜻을 받아 나도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주께 하듯 교회를 사랑하고 주는 자로 남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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