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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학 목사의 소통하는 교회 - 소통은 화해의 시작이다

작성일 :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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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아닌, 화해와 치유의 주체가 되어야

한국 대통령이 탄핵되었다. 

한국 사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기를 겪으며 양극화와 분열을 경험했다. 이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종교, 특히 한국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독교의 역할과 소통 방식에 대해 새롭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탄핵이라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중대한 결정 과정에서 기독교 공동체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으며, 앞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한국 기독교계는 크게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탄핵을 지지하는 진보적 기독교인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이었다. 이러한 분열은 단순한 정치적 견해 차이를 넘어, 성경 해석과 신앙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차이를 드러냈다.

보수 기독교계는 주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국가 권위에 대한 순종과 기존 질서 수호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로마서 13장의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구절을 근거로 정부 비판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진보 기독교계는 예언자적 비판 정신과 사회 정의 실현을 강조하며, 예수의 가르침에 기반한 사회 개혁을 주장했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교회 내부의 분열로 이어졌고, 교인들 간의 소통 단절과 상호 비방으로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탄핵 과정에서 기독교 공동체의 소통 실패는 여러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첫째, 정치적 이슈에 대한 종교적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이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만이 '성경적'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의견을 가진 신앙인들을 배척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둘째, SNS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이다.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면서 자신의 견해가 강화되고, 다른 의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점점 사라졌다. 이는 교회 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셋째, 교회 지도자들의 정치적 발언이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문제가 있었다. 일부 목회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마치 신의 뜻인 것처럼 표현하며 교인들에게 특정 입장을 강요했다.

이러한 소통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독교 공동체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첫째, '경청의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야고보서 1장 19절은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고 가르친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먼저 경청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공론장'으로서의 교회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공존하면서도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 내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토론회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셋째, 정치적 이슈를 다룰 때 '공동선'을 추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정 정파나 이념의 승리보다는 사회 전체의 공동선을 위한 관점에서 정치적 사안을 판단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는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이웃 사랑과 정의 실현에 부합하는 접근 방식이다.

넷째,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는 '디지털 제자도'를 실천해야 한다. 소셜미디어(SNS)에서의 발언과 공유 행위에도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과 윤리를 적용하며, 가짜 뉴스나 혐오 표현을 확산시키지 않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해야 한다.

탄핵 이후의 사회에서 기독교는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아닌, 화해와 치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를 위해 기독교인들은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기본적인 인간 존엄성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개인의 죄악에 대한 판단과 단죄를 넘어, 사회 구조적 불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개혁적 실천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탄핵 과정에서 깊어진 사회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교회는 화해의 의례와 실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교인들이 함께 예배하고 봉사하며, 공동의 신앙 고백을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를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한국 사회와 기독교계에 깊은 상처와 분열을 남겼지만, 동시에 새로운 소통과 화합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기독교 공동체는 과거의 갈등을 반성하고, 보다 성숙한 신앙적 대화와 정치적 참여의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나 반대를 넘어, 성경의 가르침과 그리스도의 사랑에 기초한 비판적 참여가 필요하다. 또한 교회는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가운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위기는 역설적으로 한국 기독교가 자신의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기독교는 사랑과 화해의 메시지를 실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치유와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그리스도인들 간의 진정한 대화와 소통에서 시작된다.

 


  • 김 병 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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