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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송경화 교수 칼럼 - 치유의 여정

작성일 : 2023-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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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한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한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는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저희 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그 혀로는 속임을 베풀며 그 입술에는 독사의 독이 있고 그 입에는 저주와 악독이 가득하고 그 발은 피 흘리는데 빠른지라 파멸과 고생이 그 길에 있어 평강의 길을 알지 못하였고 저희 눈앞에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느니라 함과 같으니라” (롬3:10-18)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을 만나다 보면, 하나같이 문제와 고통을 가지고 온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상처와 결핍, 현재 고통스러워 하는 우울이나 불안의 문제, 종종 찾아오는 공황 반응, 인간 관계에서의 갈등과 상처, 가족 관계에서의 어려움,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 패배의식, 죄책감, 만성 통증과 피로감, 소화 장애와 불면증 등… 끝없이 나열되는 다양한 고통을 상담실에서 만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 문득 찾아온 하나의 질문은, “상담실에 오는 분들만 이런 걸까?”였다. 상담실을 찾지 않는 많은 사람들은 그럼 이런 문제들과 고통으로부터 자유한 걸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심리적 불편감도 없는 사람들, 그래서 현재에 만족하고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들이 과연 이 세상에 얼마나 존재할까? 어느 심리학파에서는 인간이란 자기 문제를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믿는다. 자기 안에 답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능력과 자원을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고 본다. 정말 인간이란 그런 존재일까? 


 묵상과 성찰, 그리고 연구를 통해 나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점점 발견하고 있다. 아픔과 고통이 없는 사람이란 없다. 우리는 모두 삶을 살아가는 동안 언제든, 어떤 모습으로든 상처와 좌절과 결핍을 경험하고 고통을 마주한다.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고 인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우리의 의식 체계에서 억압되어 그 고통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 자기의 상처와 결핍을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들은 종종 삶에서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면서 존재감을 나타낸다. 억압된 상처와 고통은 우울, 불안, 강박, 공황 등의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중독에 빠지게 하기도 하며, 혼외 관계를 통해 결핍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불건전한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만성적인 공허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지만, 도대체 왜 이런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원인에 대한 아무런 단서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인지하든 억압하든, 모든 사람에게는 상처와 결핍의 고통이 존재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다양하다. 그 고통이 크지 않아 그럭저럭 감당해낼 수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고통이 압도적으로 강렬할 수도 있다. 혹은, 고통이 있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거나, 지지적인 관계가 그 상처를 치유할 만큼 강력한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의 정도가 경감되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 상처와 결핍의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해당되는 죄 때문이다. 우리는 죄 가운데 태어나 유전적으로도 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뼛속까지 죄인이고, 살아가면서도 크고 작은 죄를 계속 범하는 유한하고 연약한 존재이다. 그런 죄인들이 모여서 만든 사회 구조와 문화 역시 죄로 물들어 있다. 


 죄인인 우리는 자기의 안전과 유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 사랑하고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런 사랑과 수용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말로,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또 그것 때문에 괴로워한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안전과 생존을 위해 분투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상처를 준다. 이런 상처들은 세대를 따라 대물림 되고, 우리의 마음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도움을 받고자 상담실을 찾지만, 어떤 사람들은 상담실을 찾을 힘도 없고 용기도 없고 심지어는 상담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조차 얻지 못한다. 


 상담실을 찾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큰 차이는 없다. 우리는 모두 마음의 짐을 지고 있고,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으며, 상처와 결핍으로 멍든 가슴을 안고 있다. 겉으로는 웃고 있고, 아무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이며, 그럭저럭 잘 기능하고 있지만, 그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울고 있는 크고 작은 상처가 있다. 신앙생활을 통해 해결되는 마음의 문제도 있지만, 신앙으로도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씨름해야 하는 문제도 또한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지만 숨기고 있는 이 결핍과 상처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치유의 여정으로 갈 수 있는 지도가 있을까? 주님과 함께 용감하게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 길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치유의 여정에는 먼저 결핍과 상처를 알아보고 인지하는 것이 첫 걸음이고, 그것들의 원인과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이 그 다음이며, 주님과 동행하며 일반 은총인 치유의 방법들을 적용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이런 치유의 여정을 하나씩 하나씩 그려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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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교수

월드미션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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