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사람들의 관계를 부드럽고 원만하게 하는 힘이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스승과 선배에게 정성스런 선물을 전하고 또 여러 면에서 도움을 베풀어준 이들에게 성의를 표시하는 것은 아름다운 행위가 틀림없다.
그런데 그 선물의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받는 사람이 부담이 될 정도이거나 선물의 대가를 받는다면 그건 뇌물이 되는 것이다. 선물을 가장한 뇌물 문제가 너무 심각하여 한국 정부는 “김영란 법”이라는 것을 제정하여 웬만한 선물은 모조로 뇌물로 간주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요즘에는 한국 사회만 아니라 세계 각처에서 뇌물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 번 유럽의 어느 나라를 방문하여 신학교에서 한 학기강의를 집중적으로 했는데 그 나라는 “뇌물 공화국”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나랏일에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며 돈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리를 잃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도 흔하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 역시 소문난 뇌물 공화국인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뇌물을 주고 받는 바람에 정치와 사회 질서가 깨어지고 윤리가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전직 대통령들이 유죄 판결을 받아 투옥되기도 하고, 취업난이 심한 이 때에 이른바 빽을 사용해서 부정으로 대기업이나 소위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일종의 뇌물이다.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사람들은 경찰 조사를 받을 때에 전혀 그런 일이 없다고 일단 잡아뗀다. 그러다가 뇌물을 준 사람의 증언이 나오면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반격한다. 그래도 여러 증거가 나오면 그 때에는 그것이 일종의 관행이었다고 말을 바꾼다. 심지어 뇌물을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는 이상한(?)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가 윤리적으로 깨어지면서 양심에 거리끼는 일도 서슴치 않고 행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뇌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고 한다. 구약시대에도 뇌물 문제가 심각해서 성경 여러 곳에서 준엄한 경고가 언급되어 있다. 그 가운데 출애굽기에 나온 하나님의 명령을 보면 “너는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밝은 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로운 자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23:8)고 말한다. 지혜자인 솔로몬도 뇌물을 받을 때에는 기분이 좋지만 그 뇌물은 결국 자기 집을 해롭게 하고 죽음의 길로 이끌어간다고 말했다 (잠 15:27).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뇌물사건을 보자.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불의한 처형을 받으시고 삼일 후 다시 살아나셨다는 소문이 퍼지자 유대 사회는 들끓었다. 파수군 몇 사람이 성에 들어가 이 사실을 대제사장들을 포함한 유대교 지도자들에게 보고하니 그들이 긴급히 회의를 소집했다. “이 일을 어찌 할 것인가? 이 사실이 더 퍼지면 온 땅이 소란하게 될 것이 아닌가?” 그들은 한 가지 대안을 내세웠다. 예수님의 무덤을 지키던 군인들에게 뇌물을 넉넉히 주고 그들의 입을 막을 뿐 아니라 보초가 자는 동안에 예수의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갔다고 퍼뜨리라는 것이었다. “군병들이 돈을 받고 가르친 대로 하였으니 이 말이 오늘날까지 유대인 가운데 두루 퍼지니라”(마 28:15). 만일 정말 제자들이 예수의 시체를 훔쳐갔다면 제자들은 죽은 시체를 곁에 둔 채로 목숨을 걸고 거짓으로 “예수가 부활했다”는 말을 외쳤단 말인가? 그들이 그렇게 어리석은가?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을 믿고 순교한다는 말인가?
뇌물이 사람들의 눈을 어둡게 하고 또 거짓을 믿게 하는 것이다.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시대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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