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자기를 치장하는데 필요한 액세서리뿐…
하나님과 함께 하는 상담 (17)
그러면서도 엄마는 교회에서 여러가지 봉사와 활동을 하고 있었고, 안나에 대해 착하고 믿음 좋은 아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안나는 엄마가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게 진심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엄마가 화날 때면 숨도 쉴 수가 없었고, 자기 방에 들어와서 울면서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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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미션대학교
안나의 자해는 주로 엄마에게 크게 혼이 났을 때 일어나는 일이었다. 엄마는 화가 날 때마다 큰 소리로 얼마나 안나가 바보 같은지를 조목조목 이야기했는데, 그럴 때마다 안나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자해를 하곤 했다고 한다.
이런 일은 무척이나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드문 일은 아니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특히 어머니들)은 자기 딸이 이런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상담소에서는 종종 만나게 되는 일이다.
안나가 눈물을 흘리면서 상담사에게 한 말은 이것이었다. “나는 왜 이렇게 엄마가 힘든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엄마 마음에는 들 수가 없어요…”
우리는 안나에게서 엄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동안 엄마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부지런히 애쓰고 노력한 안나를 격려하고 위로했다.
이 세상에는 많은 훌륭한 어머니들이 있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며, 바르고 모범이 되어 주는,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녀에게 주는 그런 어머니들….
그런데 모든 어머니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사람드에게는 어머니의 사랑, 모성애에 대한 과도한 환상이 있다. 어머니라면 다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상형의 모습이다. 그러나 어머니들도 죄성을 가진 인간들이며 한계와 약점이 있다. 그래서 많은 어머니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어머니에 미치지 못한다.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자녀에게 해를 끼치는 어머니도 많고, 심지어 나쁘고 사악한 어머니들도 있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실존이다.
안나의 어머니와 같은 분들을 지칭하는 말이 있다. 바로 자기애적 어머니(Narcissistic Mother)이다. 자기애적 어머니의 가장 큰 특징은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자기가 가장 주목과 인정을 받아야 하고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기애적 어머니들은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모습이 있다. 첫째, 절대로 자녀에게 공감해 주는 법이 없다.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녀가 힘든 이야기를 해도 자녀의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치부해 버리거나 ‘너보다는 내가 훨씬 더 힘들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둘째, 자녀에게 질투를 느끼고 자녀와 경쟁하려 한다. 마치 백설공주의 계모처럼, 자녀보다 자기가 더 뛰어나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녀가 뭔가를 잘할 때 칭찬이 아니라 면박을 주고, 자녀에게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함으로써 자존감을 짓밟는다. 그러면서도 어이없게 다른 사람 앞에서는 과도하게 자녀 칭찬과 자랑을 한다. 이 때에는 자녀가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를 빛내 줄 수 있는 트로피가 되는 것이다. 즉, 자녀를 자기를 위해 이용한다.
셋째, 안 좋은 상황에 대해 자녀 잘못이라고 원망을 하고, 자녀의 감정을 억누르라고 한다. 자녀가 감정을 표현하면 거기에 대해 자기에 대한 도전이라 생각하고 과민하게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녀들은 자기들의 감정이 부적절한 것이라고 믿게 된다.
넷째, 매우 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즉, 자기가 정한 기준에 자녀가 부합할 때만 사랑을 주고 그렇지 않을 때는 매우 차갑게 거부한다. 또한 자기가 자녀를 위해 뭔가 해 주게 되면 그것에 대한 댓가나 보상을 반드시 받아내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녀와의 사이에 경계선이 없다. 자녀의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하고, 자녀를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자기애적 어머니는 자신도 힘든 삶을 살아왔거나 본인의 어머니 역시 자기애적 어머니였을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그 자녀들은 수시로 변하는 엄마의 기준에 맞추느라 진이 다 빠지고, 늘 엄마의 눈치를 보며, 자존감과 자신감은 거의 없는 상태로 자라게 된다. 안나의 어머니가 바로 이런 어머니였다.
안나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동생들을 돌보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 하지만 안나를 보는 엄마의 눈은 항상 차갑고,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다. 조금이라도 실수하게 되면 안나는 자기가 얼마나 형편없는 아이이고 자기 때문에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한참 동안을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교회에서 여러가지 봉사와 활동을 하고 있었고, 안나에 대해 착하고 믿음 좋은 아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녔다. 안나는 엄마가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게 진심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엄마가 화날 때면 숨도 쉴 수가 없었고, 자기 방에 들어와서 울면서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를 자해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자해로 인한 상처를 선생님께 들키게 되면서 엄마도 알게 되었고, 엄마에게서 자해하는 미친 아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다.
이런 상태로 상담실에 찾아온 안나를 상담을 통해 도와주는 방법은 다음 회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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