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플랜의 일환으로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는 리빙트러스트(신탁)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리빙트러스트는 재산이 많은 부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지 않나? 또는 유언장이 있는데 굳이 신탁을 만들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다수의 한인들도 있다. 상속세를 면제 받을 수 있는 재산의 한계가 아주 높아져 있는 요즘 같은 시절에 웬만한 부를 축적하지 않고선 일반인들이 상속세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미주 한인들 사이에서 시급히 재정립되어야 하는 개념이 있다. 리빙트러스트는 상속세를 면제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속의 과정을 단순화하는 작업이다 는 것이다.
부동산 혹은 집을 한 채라도 소유하고 있다면 다소의 비용이 수반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각종 장점들을 고려할 때 리빙트러스트를 준비하는 것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오만 달러 이상이라면 법정상속(Probate) 대상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오만 달러 이하의 집은 없다고 봐도 무방 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집을 한 채라도 소유하며 배우자 중 한 명만 생존하고 있다면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고 시급히 조치를 취하여야 할 시간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번거로움과 자녀에게 부과될 수 있는 세금 폭탄 등의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 하여야겠다.
한국에서는 유언장에 이 집을 누구에게 주겠다 라고 기록하면 그렇게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유언장만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미국은 누군가 사망하게 되면 법정상속(Probate) 이라고 하여 법원이 개입하여 망자의 재산 정리를 관장해 주며 재산 분배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묻지도 않은 이러한 과도한 친절 서비스는 물론 공짜가 아니다. 재산의 가치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수료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리빙트러스트를 통해서나 혹은 다른 장치를 통해서 법정상속을 피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취하지 못한 경우 그 재산의 대략 4~6% 정도의 법정상속 비용이 발생되며 모든 절차를 마치고 수혜자에게 재산이 상속 되기까지 평균 일년 반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자녀가 집 한 채 상속 받으려면 수년간 법원 문턱이 닳도록 왕래해야 하며 그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부모가 소유하며 거주하는 집의 소유권을 자녀의 이름으로 바꿔주면서 증여를 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경우 아무런 간섭이나 제약 없이 그 집에 대한 모든 소유권이 자녀에게 완전하게 이관된다. 이렇게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부동산 명의를 자녀 앞으로 이전한 후 사망하는 경우 당장 법정상속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수반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혹시 그 소유권을 받은 자녀가 갑자기 예기치 못했던 소송을 당하거나 증여를 받은 자녀가 이혼을 하면서 부부간 재산 분할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심한 경우 부모는 여태 살고 있는 집에서 더 이상 머물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 굳이 소송과 이혼의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중에 자녀가 증여 받았던 부동산을 처분할 시 부동산 가치 상승분에 관한 소득세를 계산할 때 불리하게 된다. 부모가 구입했을 당시 가격과 자녀가 매도하는 가격 사이의 증가한 몫이 수익으로 계산되기에 세금 폭탄의 우려가 생기게 된다. 이런 세금 폭탄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살아있는 동안 명의를 바꿔 주는 증여가 아닌 사망 후 넘겨주는 상속의 방법을 택하여야 한다. 부모가 사망하면 소유했던 부동산의 구입가격이 사망 당시의 시세로 상향조정(Step-Up Basis) 된다. 이렇게 구입 가격이 현시세로 재조정된 부동산을 자녀가 상속받아 얼마 후 처분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의 증가된 시장가격 부분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아예 면제 받거나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리빙트러스트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자가 진단을 해 볼 수 있다. 먼저 부동산, 은퇴 및 투자 계좌, 생명 보험, 개인 재산 등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을 상기해 보라. 그 다음 순서로 이러한 자산을 살아서 증여하거나 사망 후 상속해 주고 싶은 사람 또는 단체를 결정해 보자. 예를 들어 갖고 있는 부동산을 증여 해 주고 싶은 수혜자에게 “나는 이 집을 당신에게 줍니다.”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 보라. 아무런 조건이나 제약 없이 자산의 소유권을 완전하게 이전하는 증여를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 해 보자. 혹은 이와 반대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단서를 두며 증여와 상속에 관한 제약을 두기를 원하는지 살펴 보자.
- 재혼한 아내에게는 재산을 남겨 주고 싶지만 아내의 첫 번째 결혼에서 태어난 자녀는 포함시키고 싶지 않다.
- 내 딸에게 주고 싶지만 혹시 딸의 채권자나 사위가 받아 가는 건 원치 않는다.
- 장애가 있는 내 손주에게 주고 싶지만 그로 인해 장애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을 자격이 박탈되게 하고 싶진 않다.
- 부부 중 한 명은 미국 시민권이 있고 다른 한 명은 영주권자로 남길 원한다.
- 단순히 어떤 자산이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되었는지에 대한 공개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고 유산 기록을 비공개로 유지하기를 원한다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겠다.
이런 예와 비슷한 상황이라면CFP® 전문가와 상속 변호사를 통해 리빙트러스트 개설에 관해 상의 해보기를 권장한다. 분명한 것은 신탁은 복잡 할 수 있으며 개설 시 비용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를 정확히 반영하고 미래 삶의 유동성을 예기하며 작성된 경우, 자신이 남기고 싶은 유산을 확고하게 자리 잡고 확신 할 수 있는 마음의 평안을 제공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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